바이엘헬스케어 표적항암제 ‘넥사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암’이란 말을 들으면 ‘죽음’ 또는 ‘공포’ 등의 단어를 떠올리고 또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암에 대한 이러한 상식(?)은 점차 사라져 ‘빨리 발견해 치료만 잘 받으면 괜찮은 질환’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 분위기다. 이렇게 암에 대한 생각이 변화될 수 있는 배경에는 다양한 치료법과 혁신적인 치료제들의 등장이 주요인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이번에 소개할 바이엘헬스케어의 표적항암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또한 암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바꾸는데 일조한 약물. 넥사바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 신장암, 간암 치료제’로, 특히 현재 간암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경구용 항암제다.

통계청이 밝힌 2009년 사망원인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2.6명(남자: 33.9명, 여자: 11.4명)이며 2005년 이후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6년부터 2009년 4년간 폐암에 이어 사망률 2위의 암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암이나 위암, 유방암 등에서 수개의 표적항암제가 나와 암환자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넥사바가 등장하기 전까지 간암 환자들은 수십년째 이어 온 과거의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세계 최초 간암 표적항암제 ‘넥사바’

넥사바는 지난 2005년 세계 최초의 경구용 신장 세포암(Renal Cell Carcinoma, RCC) 치료제로 미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국내에서는 2006년 6월에 허가를 받았다. 그 이듬해에는 미 FDA로부터 간세포암(Hepatocelluar Carcinoma, HCC) 환자의 생존율을 연장시킨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로써 승인을 받았고, 이 적응증은 2008년 3월 국내에도 적용됐다.

넥사바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간암에 사용될 수 있는 최초의 경구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상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의 원인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치료 효과는 높이돼 부작용은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던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대폭 개선했다는 점이 더 의미가 있다.

특히 간암의 경우 다른 종양에 비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고 효과적인 치료요법이 없었다. 때문에 넥사바는 진행성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유의하게 연장시키며 세계 최초로 간암에 대한 1차 치료제의 표준 요법으로 승인받아 간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넥사바는 말기 간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신적 항암 요법에 사용된다. 말기 간암 환자들이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내원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휴약 기간 없이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제제이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처럼 일일이 치료 주기를 챙길 필요가 없다. 여기에 부작용이 적고 내약성이 좋아 신기능이 떨어지는 환자, 고혈압이나 당뇨를 갖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며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간암 환자 생존율 44%까지 연장시켜

넥사바의 효과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먼저 간암에 앞서 적응증을 획득한 신장암은 900여명의 진행성 신장 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3상 임상시험 ‘TARGET (Treatment Approaches in Renal Cancer Global Evaluation Trial)’ 결과, 위약군 대비 넥사바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간값은 5.5개월(24주)로 위약의 2.8개월(12주)에 비해 약 2배 가량 높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장 효과를 보였다. 생존기간의 중간값은 넥사바군에서 19.3개월, 위약군에서 15.9개월로 나타났다.

간암의 경우 넥사바 투여군과 위약 대조군 간의 전반적인 생존율을 비교한 아시아 태평양 간암 연구(Asia Pacific Liver Cancer Study) 3상 임상 결과, 넥사바는 위약 대비 간세포암 또는 간암 환자들의 전반적인 생존율을 47.3%까지 유의하게 연장시켰다. 또한 질병이 진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간값이 위약 복용군에서는 1.4개월인데 비해 넥사바 복용군은 2.8개월로 암의 진행기간도 늦췄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의 120개 센터 602명의 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인 SHARP(Sorafenib HCC Assessment Randomized Protocol)에서도 넥사바는 위약을 복용한 환자군에 비해 간세포성암 환자들의 전반적인 생존율을 44%까지 유의하게 연장시켜 효과를 입증받았다. 임상 결과, 넥사바 복용군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10.7개월, 위약 복용군은 7.9개월이었다.

이밖에도 넥사바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4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GIDEON(Global Investigation of therapeutic Decisions in HCC and Of its Treatment with sorafeNib)’라는 이 연구는 전 세계 3,300여명의 환자가 참여한 간세포암 관련 연구 사상 이전까지 시도된 적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향적 연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럽 26개국 1,073명, 미국 556명, 아시아 태평양 11개국 932명 등이 참여하는데, 이 중에는 한국 환자 492명도 포함돼 있다.

많은 의사들이 신약을 환자에게 처방할 때 환자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다. 특히 신약 중에서도 고가로 알려진 항암제를 사용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넥사바 또한 환자들이 복용하기 위해서는 대략 월 3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은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올 1월 간암에 대해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며 환자들의 본인부담률이 50%로 줄어든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보험 적용 대상 간암 환자는 ▲수술 또는 국소치료가 불가능한 진행성 간세포성암 환자로 Stage III 이상 ▲간경화 1기에 해당되는 Child-pugh class A ▲암 환자들의 활동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인 ECOG의 기준 활동도(PS) 0~2 등이다.

한편, 넥사바는 현재 100여 개 국가에서 간암 치료제로, 마찬가지로 100개국 이상에서 진행성 신장암 치료제로 승인돼 판매되고 있다.

<전문의 소견>

김강모 교수 |울산의대 소화기내과|



Q. 넥사바는 어떤 간암 환자에게 적용하는지? 또 이 제제가 가지는 의미는?

- 국소치료가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 사용되는데, 다만 이 때 환자의 간 기능이 유지되고 있어야 한다. 기존의 세포독성 치료제가 일반 세포에게까지 효과를 미치는 것에 반해, 넥사바는 암 세포만을 타깃하는 표적항암제이기 때문에 보다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행성 간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신 항암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Q. 넥사바가 종양의 크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 항암제 사용으로 완치에 이를 수 있으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전체 생존율을 얼마나 향상시켰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즉, 전체 생존율을 향상시켰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할 것 같다.

Q. 혈관색전술 등 시술법을 사용하면서 넥사바를 병용할 경우는?

- 그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현재 간 색전술만으로 컨트롤이 안되는 경우 사용토록 돼 있으나, 문제는 색전술이 가능한 진행한 간암의 경우다. 색전술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색전술을 시행하지 않고 소라페닙만 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색전술을 해야 하는가를 놓고 전문가들 간 견해 차이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간 색전술이 진행성 간암(혈관 침범, 간외 전이 등)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소라페닙(넥사바)을 단독으로 사용하는게 낫다고 주장한다. 반면, 간외 전이 부분이 작은 경우 환자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간에 있는 암종이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간 색전술을 시행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서양에서는 전자에, 동양에서는 후자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숙고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일각에서는 생존율 2~3달 높이기 위해 고가의 항암제를 굳이 사용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 ‘평균 석 달 생존율 증가가 의미 있느냐?’라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평균이라는 말은 환자에 따라 1, 2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년 혹은 그 이상 생존하는 환자들에게는 고작 ‘석 달’이 아닌 셈이다.

더구나 의사로서는 환자에게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이를 알려줄 의무가 있다.

박기택 기자 pkt77@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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