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약가협상 지연에 재고 떨어질라 '전전긍긍'…게르베코리아 "전세계적 상황”

정부와의 약가협상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게르베코리아 조영제 '리피오돌'에 대한 공급부족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임상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피오돌은 간암 경동맥화학색전술 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되는 유일한 의약품이다. 게르베코리아는 현재 5만2,560원인 약가를 26만2,800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협상이 길어지면서 공급부족이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간암치료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아산병원은 남아있는 리피오돌 재고가 2주치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김강모 교수(소화기내과)는 "간암치료 환자 중 절반가량은 (경동맥화학)색전술을 받고 있다. 이 색전술에 항암제 등과 함께 사용되는 물질이 리피오돌"이라면서 "현재도 간암환자가 계속 입원하고 있는데 공급이 되지 않으면 시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방사선색전술이나 Drug-eluting Bead(약물방출미세구) 등이 치료에 사용될 수도 있지만, 이같은 방법들은 모든 환자에 적용될 수 없는 데다 비용이 더 들어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리피오돌 공급이 기존의 10%로 줄어들 거란 이야기가 돌아 불안해 하고 있기도 하다.

김강모 교수는 "암환자 대상 시술이다. 기존의 10%만 공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30년 잘 써오던 약물을 약가협상 실패로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다. 리피오돌을 꼭 쓸 수 있도록 협상이 잘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게르베코리아 "전세계적 공급부족 상황…안정화 노력할 것"

하지만 게르베코리아는 공급부족이 수요증가로 인한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물량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약가협상 실패로 공급부족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임상현장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1일 대한간학회 등 7개 학회에 공문을 보내 공급부족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게르베코리아는 공문을 통해 "리피오돌의 주원료인 '천연 양귀비 오일'의 생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국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물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지난 3년간 리피오돌 사용량이 22배로 폭증하기도 했다"면서 "이로 인해 물량 확보와 공급을 위한 국가간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르베코리아는 그러나 한국이 해외에 비해 낮은 약가로 물량확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게르베코리아는 "전세계적인 공급부족 상황으로 국내 수입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와 임상적 가치에 중심을 둔 협상을 할 때 본사와도 대책마련을 위해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그나마 지금까지는 리피오돌의 합리적 가격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그동안 공급이 재개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게르베코리아는 "복지부와 원활한 협의를 통해 공급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의료 현장에선 리피오돌의 임상적 중요도에 따라 (사용을) 효율적, 제한적으로 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