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김강모 교수, 약가협상에 대처하는 정부 태도에 안타까움 표해

정부와 조영제 리피오돌에 대해 약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코리아가 약가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시장철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환자를 볼모로 한 제약사의 갑질'이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약가협상에서 정부 대처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의 소화기내과 김강모 교수는 4일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이 리피오돌 논란을 제약사의 갑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환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오히려 약가협상에서 정부 대처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고 했다.

리피오돌이 항암제와 같이 한달 수백만원이 소요되는 약물이 아닌 만큼 정부가 임상적 필요성을 고려해 약가협상을 논란 없이 이끌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김강모 교수

김 교수는 간암환자를 일주일에 20명, 한달이면 80명을 본다. 1년이면 900명이 넘는 숫자다. 이에 병원측으로부터 리피오돌 재고가 2주치도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경동맥화학색전술 외에도 방사선색전술과 Drug-eluting Bead(약물방출미세구)가 있지만, 경동맥화학색전술 대비 치료비가 비쌀뿐만 아니라 (경동맥화학색전술과 비교시)경험 부족으로 부작용 관리 등에도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Drug-eluting Bead는 간 전체에 암이 퍼져있을 경우에, 방사선색전술은 shunt(단락)가 있는 환자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색전술은 만만하게만 볼 수술이 아니다. 부작용이 생기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90%의 간암환자들은 방사선색전술과 Drug-eluting Bead보다 경험이 많아 안전한 경동맥화학색전술을 받고 있다.

"의사로서 약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상황은 아니지만 환자 입장을 대변하고 싶었다"는 김 교수는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약가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당초 게르베코리아가 요구한 리피오돌 약가는 앰플당 26만2,800원이다. 2012년 5만2,560원으로 책정된 후 약 5배나 인상된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임상현장에선 26만원이 적정 약가인지 여부를 떠나 인상을 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봤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간암환자가 2년 반을 생존한다면 그 사이 색전술은 4~5번 정도 받게 된다. 앰플당 26만원이라면 백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해야하는 측면에서 "단지 26만원"이라는 표현이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을 테지만 환자를 고려한 목소리가 나오고 그에 맞는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리피오돌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약이 아니다. 다국적사의 횡포가 있다면 물론 바로 잡아야겠지만 리피오돌이 그 중심에 서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환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피오돌의 지난해 매출은 6억1,000만원대(아이큐비아 기준), 5배를 더해도 30억원대로 블록버스터급 약물은 아니다.

하지만 게르베코리아가 5배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이 제약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5배라는 숫자가 작지 않거니와 많은 간암환자들이 받는 경동맥화학색전술에서 유일한 의약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공급중단', '공급부족'이라는 단어는 충분히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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